시작하며
어느덧 인생의 한 중반을 지나며 돌아보니, 흘러간 세월이 손끝에 닿지 않는 물결처럼 느껴졌다. 마치 어린 시절 뒷마당에서 뛰놀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순간들이 이제는 먼 기억처럼 떠오르는 것 같았다. 지나간 하루하루가 물결처럼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바닷가에서 집사람과 함께 모래성을 쌓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 모래성이 파도에 씻겨 내려가듯, 지나간 시간도 해변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음소리 가득하게 쌓아 올린 모래성을 아침 파도가 사정없이 휩쓸어가 버리는 그 순간처럼 아쉬움과 덧없음을 남기며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그런 날, 한 노래를 우연히 접했다. 마치 내 인생을 그림처럼 그려내는 가사에 깊이 빠져들었고, 집에서 이 노래를 직접 불러보며 나만의 감성을 담아 보았다. 단순히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이 노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맴돌던 감정을 건드렸다. 글은 그 노래의 여운과 함께 내 마음을 담은 기록이다.https://youtu.be/Seb2E0lGBYs?si=bhlQgnGXxbQsuIjZ
상사화, 만날 수 없는 사랑의 꽃
"상사화가 피면은 상사화로, 동백이 피면은 넌 다시 동백으로."
상사화는 꽃이 먼저 피고, 잎은 꽃을 보지 못한 채 지는 슬픈 운명의 꽃이다. 전설에 따르면, 상사화는 서로 사랑했으나 끝내 만나지 못한 연인의 눈물이 땅에 스며들어 피어난 꽃이라고 한다. 그 애절함이 꽃잎에 고스란히 담겨, 사람들에게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전해준다. 서로 만나지 못한 채 스치는 인연처럼, 상사화는 그 아픔을 담아 피어난다. 이 문장 하나에 담긴 이야기는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처럼 우리의 인연도 잠시 나타났다가 흔적을 남기고 사라짐을 떠올리게 한다.
상사화가 활짝 피던 날, 나는 어린 시절 친구와 정원을 거닐며 맡았던 꽃 향기를 떠올렸다. 봄 햇살 아래 반짝이던 정원, 손에 들린 작은 나뭇가지를 흔들며 노래하던 그 순간이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듯 선명하게 떠오른다. 동백이 피던 겨울날엔 눈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던 그 꽃처럼 나도 그런 사랑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당신은 어떤 꽃으로 기억될까? 누군가에게 나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들꽃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속 깊이 남은 그 순간들은 마치 빛바랜 사진 속에서 새로이 살아나는 기억처럼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인연이란 끈, 그리고 바람에 날리는 꽃잎
"인연이란 끈을 놓고 보내긴 싫었다. 향기마저 떠나보내고."
이 부분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목이 메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인연을 붙잡으려 애썼던가. 그러나 결국 떠나보내야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손안에 있던 꽃잎이 바람에 날려가는 기분이었다. 잡으려고 해도 점점 멀어지는 그 순간, 무력감과 아쉬움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것은 어린 시절 풍선이 손에서 미끄러져 하늘로 날아가 버리는 순간의 상실감과 닮아 있었다.
노래를 부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연이란 끈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 아닐까? 마치 여행 중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의 따뜻한 미소와 한마디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것처럼 말이다. 향기가 떠나도, 꽃잎이 져도 그 순간은 우리 안에 영원히 머문다.
가끔 인연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몇 해 전, 길을 잃고 헤매던 여행 중 우연히 만난 한 노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휴식을 제공하며,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짧은 만남은 내 삶에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고, 지금도 그들의 친절함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때로는 짧고 강렬한 만남이 우리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런 만남들은 마치 비 오는 날 갑자기 나타난 무지개처럼, 지나고 나면 더욱 아련하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계절은 바뀌어도, 내 안의 그대는
"아~ 상사화가 아~ 동백이, 계절을 바꾸어 다시 피면. 아~ 세월이 휭 또 가도, 내 안의 그대는 영원하리."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우리의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꽃일 것이다. 마치 한여름 정원의 장미처럼, 짧은 순간 강렬하게 피어나 우리의 기억 속에 아름다움을 새긴다. 나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정원에서 돌보았던 장미를 떠올린다. 가시도 있었지만, 그 향기와 색깔은 잊을 수 없었다. 소중한 사람도 그렇게 우리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매년 봄 피는 벚꽃처럼 짧지만 강렬하게 우리의 기억 속에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닐까. 시간이 흘러도 그 사람은 여전히 내 안에서 피어나고, 내가 오늘도 웃으며 살아갈 이유가 된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느끼는 여유, 길가에 핀 꽃을 보며 떠오르는 미소 같은 작은 행복들. 이 노래를 부르며, 나도 내 안의 꽃들을 한 송이 한 송이 떠올려 보았다.
때로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기억 속에서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며,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이유를 발견한다. 그것이 바로 삶의 신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계절이 바뀌듯 변화를 겪지만, 마음속 깊이 간직된 사람들은 영원히 우리의 일부로 남는다.
마치며
노래는 단순히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다. 이 노래를 부르며 느낀 감정들을 글로 남기니, 마치 내가 그 순간 꽃잎으로 피어나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이 글과 노래가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아 또 다른 기억으로 피어나길 바란다.
그 기억이 삶의 여정을 따스하게 비추는 등불이 되고, 지나간 인연을 돌아보며 새로운 희망을 찾는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한다. 결국, 우리의 삶은 만남과 이별로 이어진 하나의 노래와 같으며, 그 멜로디는 영원히 우리 마음에 울려 퍼질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만난 모든 꽃 같은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 삶의 순간들은 언제나 그렇게 우리 안에 남아, 잊히지 않는 노래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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